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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라도

<전라도 차밭> 설아다원 : 한옥 스테이, 녹차밭, 카페

by *Blue Note*

<해남 가볼만한 곳> 우리나라의 차밭 : 설아다원

 

새벽녁에 일찌감치 대흥사를 답사한 것은 여러모로 잘한 일이었다. 사람에 치이지 않고 호젓하게 경내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뿐 아니라, 물안개 피어나는 금천교와 대웅보전의 엄숙함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꼼꼼히 산사를 둘러보고 나서도 아직 오전이어서 두번째 목적지인 설아다원을 천천히 감상할 시간적 여유도 많았다. 설아다원은 '향기나는 싹의 차밭 (차 동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녹차 생산지는 특히 전남 보성이 유명하지만, 한국의 다성 (茶聖)이라 할 수 있는 초의선사가 머물며 차를 재배하고 차 문화을 발전시킨 곳은 이곳 해남이다. 초의선사는 차를 매개로 정약용, 김정희와 가깝게 교류한 당대의 지식인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직접 확인했지만 초의선사의 부도가 있는 대흥사 일주문 주변에는 넓은 차밭이 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설아다원은 녹차밭과 한옥 민박이 결합된 농장이자, 숙박시설, 그리고 카페가 딸린 복합시설이었다. 설아다원으로 출발하기전, 대흥사 입구의 식당에서 최악의 아점을 먹고 많이 허탈하기는 했으나 이것도 여행중 흔히 있는 해프닝으로 치부하기로 했다 (기대가 컸던만큼 충격이 심했다. 전라도는 어느 집에 들어가도 다 맛있다는 말, 이번에는 틀렸다, ㅋㅋ). 내비게이션을 켜고 구불구불한 길을 한동안 달려 설아다원에 도착했다.

얕은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서

차를 세우고 계단을 오르면

한옥 스테이로 사용되는 소박한 건물이

하나 나타난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카페로 사용되는 팔작지붕의

기와집이 보인다.

 

'카페 설아' 뒷쪽으로 펼쳐지는 녹차밭

 

차밭 너머로 두륜산 봉우리들이 보인다.

 

차밭에서 바라본 카페의 모습

 

설아다원은 아름다운 녹차밭, 카페 설아, 그리고 숙박시설인 한옥 스테이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엔 단순히 한옥 민박으로만 생각했었고, 차밭은 그저 구색을 갖추기 위한 부속 장치 정도의 의미만 있다고 미리 예단했었다. 사실은 정반대였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니 제대로 된 우리의 차밭은 이번에 처음 본 것 같다. 유럽 다니면서 와이너리는 제법 여러 곳을 봤는데 말이다. 문득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관심이 없으니 봐도 보이지 않는 법... 해남에서 본 우리나라의 차밭이 이리도 아름답다는 걸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직접 차나무를 재배하고 수확, 판매하는 곳이다. 녹차, 발효차, 목련꽃차, 쑥차등 실로 다양한 차들을 유기농으로 재배한다고 한다. 카페에서 몇 종류의 차를 시음해 보았는데, 하나같이 향이 깊고 그윽했다. 정많고 흥많은 여사장님이 즉석에서 판소리를 들려주어 생각지도 못한 귀호강을 한것도 즐거운 추억이다. 멀리 두륜산을 배경으로 윤기나는 찻잎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차밭을 바라보며 신명나면서도 가슴 사무치는 우리 가락을 들었던 경험은 차 향기처럼 두고두고 음미할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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