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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라도

<순천 여행> 순천만 국가정원 : 꿈의 다리와 당황스런 한국정원

by *Blue Note*

<전라도 순천> 국가정원

 

사실을 고백하자면 이번 순천여행에서 국가정원을 둘러볼 계획은 없었다. 세계문화유산인 순천의 선암사, 그리고 낙안읍성, 순천만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혹 시간이 남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좀 널널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나을 듯 했다. 특별히 국가정원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왠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억지로 기획하여 개발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함께 한 친구녀석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눈치여서 흔쾌히 일정에 넣어봤다. 국가 정원이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관광통역 안내사 시험준비를 하면서였다. 시험과목중에 관광자원 해설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여기에 순천만 국가정원에 대한 설명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국가정원'이라는 명칭은 처음 들었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색하다. 처음엔 '국가에서 만든', 혹은 '국가가 관리하는 정원'인 줄 알았다. 여러나라의 특징적인 전통 정원을 한군데 모아 놓았다는 의미인 줄은 나중에 알게 됐다. 그런 의미라면 차라리 '국가정원'보다는 '세계의 정원'이라는 평범한 명칭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국가정원을 들어서자 바로 보이는 언덕들

호수 가운데 있는 언덕이 봉화언덕이다.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꿈의 다리

다리 양쪽으로 내벽은

우리나라와 전세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환상적이다.

 

 

설치미술가 강익중과

온 세상의 어린이들이 함께 만들었다.

나에게는 국가정원에서

가장 인상깊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한국정원으로 가는 다리 입구

너무나 거대해서 당황스럽다.

우리 건축의 미학과는 동떨어진 느낌...

솔직하게 말하면 '최악'이다

 

 

창덕궁의 부용지와 부용정을 복제했다

 

한국정원

 

우선 꿈의 다리는 충격적이었다. 세계 최초의 물위에 떠 있는 미술관... 삼십여개의 컨테이너를 두줄로 설치해서 만들었는데 길이는 175미터라고 한다. 외벽은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유리타일 작품으로 꾸몄다. 한글이 씌여진 유리타일로 오방색을 사용하였는데 그 숫자는 1만여 점이라고 한다. 내벽은 더 놀랍다.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그린 3x3 인치 크기의 작품 14만점이 꿈의 다리 내벽을 이루고 있다. 실내에 군데군데 창틀을 내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 채광의 기능도 수행하도록 설계된 듯 하다. 거대한 설치미술 속으로 들어가서 작품을 감상하고, 다리이기도 한 작품속을 통과해서 하천을 건너 이동하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 국가정원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곳이 이 꿈의 다리다. 하지만 그외에 국가정원의 다른 설치물이나 정원들은 많이 실망스러웠다. 일일이 사진을 올리진 않았지만, 프랑스, 이태리, 태국, 일본 등등 각 나라의 대표적인 정원을 꾸며놓았는데, 어쩌면 하나같이 겉핥기식이라는 느낌이 팍팍들게 만들어 놓았는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조경에 대해 잘 모르지만, 충분한 고증이 있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러한 아쉬움은 한국정원에서 거의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 진입로의 무지막지한 다리는 마치 중국 황제의 별궁처럼 한껏 허세를 부리며 군림하듯 버티고 서있다. 정다운 풀꽃과 나무들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야트막한 숲길을 걷다보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갑자기, 그러나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는 우리의 한옥과 정원을 재현할 수 있는 그런 설계가 애초에 아니었던 것이다. 누가 디자인하고 설계한 조경인지 심히 궁금하다. 이렇게 우리 문화나 정서에 대해 몰이해한 사람들이 만든 곳을 '한국정원'이라고 자랑스럽게 이름 붙혀 놓으면,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이나 외국 관광객들은 그저 그대로 믿을 것이 아닌가. 한국정원에 재현해 놓은 창덕궁의 부용지와 사대부의 한옥들에서 그 아름다움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것도, 단순히 만든지 얼마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우리 건축의 '자리 앉음새'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정원은 그 나라에 대한 문화적 이해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서 그랬다고 변명이라도 가능하지만, 제 나라에 재현한 자기들 전통 건축과 정원을 이렇게 날림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창피하고 또 창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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