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맛집> 풍남 골뱅이 : 호프와 골뱅이 무침
오랜만에 옛 친구를 을지로에서 만나서 평양냉면과 불고기를 먹었다. 그동안 많이들 지치고 따분하거나 혹은 치이기도 했나 보다. 음식을 나누고, 술잔을 부딪히며 떠들다 보니 서로에게 위안이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는 소위 '이차'도 갔다. 최근 힙지로라고 하여 을지로가 뜨고 있지만, 사실 을지로 골뱅이는 훨씬 전부터 이 동네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골뱅이 골목에 도달하니 사람들로 이미 거의 만석... 을지로 골뱅이의 대표주자인 '만선 호프'를 기웃거리다 이 날은 '풍남 골뱅이'로 낙점했다. 뭐 이유는 없다.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서 어설픈 미식가처럼 어떤 집이 더 나은지 비교하는 것은 아주 아주 촌스러운 짓이다. 여기는 맛이 아니라 거리 전체의 분위기로 먹고 마시는 곳이기 때문이다. 풍남 골뱅이 집도 이 곳 대부분의 골뱅이 호프집들처럼 오래되었다. 1975년부터 장사를 했다고 하니 반백년인 셈이다.
풍남 골뱅이
땅콩 과자
이것도 알고 보면
꽤나 역사가 깊은 과자다, ㅋㅋ
반가운 마음...
계란말이
푸짐하고 푹신하다...
오뎅 국물
골뱅이 무침
터프한 자태,
고혹적인 색깔...
아뿔싸, 호프집에서 넋을 잃고 골뱅이에 계란말이를 안주 삼다 보니, 정작 주인공인 생맥주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 동네 호프집의 상호에 '골뱅이'가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래도 정체성을 굳이 따진다면 호프집이 맞다. 그 호프집에서 주인공인 맥주 사진을 까먹었다니, ㅋㅋ. 뭐 인생 사는 게 이런 거라고 제법 너스레를 떨어본다. 사실 그런 것도 같다. 정신없이 살다보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각설하고, 이 집의 맥주 맛이나 안주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아주 맛있는 것은 아니다. 매번 느끼지만 그렇다. 다만 이 동네, 이 거리의 분위기,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 수다와 웃음, 이런 것들과 함께 하기에는 을지로 골뱅이와 생맥주만한 것도 없다. 정말 그렇다. 오래된 음식점, 추억이 있는 호프집이 소중한 이유는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인 것이다.
풍남원조골뱅이 /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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