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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일본

<교토 동복사> 다경식당 : 따뜻한 한끼

by *Blue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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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여행> 동복사 (도후쿠지) 근처 다경식당 : 완탕


교토에서는 여유롭게 즐기지 못했다. 그게 맞는 표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쉬고 뭉기적 거리는 여행이 있는가 하면, 살짝 업되어서 아침부터 이곳저곳 바지런히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여행도 있다. 성격으로 봐서는 전자의 여행을 훨씬 선호하는 편이지만, 교토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보고 싶은 사찰, 신사, 박물관, 정원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일찍 서둘러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않으면 그냥 놓치고 후회할까 봐 마음이 급했다. 아침 일찍 시내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평등원 (뵤도인)을 둘러보고 점심도 거른 채 전철을 타고 동복사로 향했다. JR 나라선 도후쿠 지역에서 내려 꽤 먼 거리를 걸어가야 했다. 가는 길에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조용한 마을 같은 분위기에 오가는 행인도 별로 없는 거리엔 음식점도 마땅히 없었다. 게다가 쌀쌀한 날씨에 가랑비까지 흩뿌리고... 그때 마침 눈에 들어온 것이 '가정 요리, 다경식당'이라는 간판이 붙은 허름한 가게였다. 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들어선 실내는 비좁고 어두웠는데, 손님은 하나도 없고 나이 지긋한 노마님이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으슬으슬한 상태에서 완탕을 시켰다. 교토 동복사 허름한 식당에서 중식 음식 완탕이 쌩뚱맞기는 했지만, 그땐 어쨌든 가장 땡기는 메뉴가 완탕이었다.

허름한 외관

다경식당이라는 상호는

즐거움이 많은 곳이라는 뜻이겠지...

 

손으로 써서 만든 메뉴판이

족자처럼 걸려있다. 

 

바 테이블 너머에 주방이 있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ㅋㅋ.

우리 남대문 시장의 국수집 분위기...

 

바 테이블 한쪽으로

평상처럼 꾸민

테이블이 하나 있다. 

나름 상석인데

어쨌든 이 평상으로 안내되었다. 

손님이 없었으니까, ㅋㅋ

 

완탕을 시켰다.

연근, 곤약등의 밑반찬이 나왔다.

작은 잔으로 따뜻한 사케를 주문했다.

놀랍게도 식당안에서 흡연도 가능하다.

 

완탕, 혹은 만두국

국물을 급하게 몇 숟가락 떠먹었더니

속이 뜨끈해졌다.

 

참 맛있게 먹었다.

완탕 540엔

사케 430엔

 

일본 여행을 준비하면서 음식에 대한 기대도 컸다. 가능한 현지 음식을 다양하게 접해보려고 했다. 우리 식으로 치면 허름한 길가 분식점 같은 곳에서 한 끼 때울 생각은 없었던 거다. 게다가 일본땅에서 중국식 완탕이라니...ㅋㅋ.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동복사 가는 길, 쌀쌀한 날씨에 먹었던 교토의 완탕은 정말 맛있었다. 마음에 위로를 주는 따뜻한 음식이었다.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조금 무뚝뚝해 보이는 마마상이 직접 조리해준 투박한 음식에는 기교 대신 정성이 담겨있었다. 문화와 풍습이 달라도, 또 사고방식에 큰 차이가 있어도 사람이 가지는 보편적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다시 한번 체험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경 식당에는 또 하나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이미 사진에 나왔지만 식당 테이블에 재떨이가 있기에 조심스레 흡연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노 플라불럼..!'.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식당에 자리 차지하고 않아 따뜻한 사케 한잔에 담배 한 모금을 즐겼다. 평소에 거의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여행이 주는 일탈감과 자유로움으로 교토 여행 중에는 담배를 챙겨 다녔었는데, 여행중 피운 담배 맛 중 거의 최고였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리 끽연이 허용된다 해도 옆에 다른 손님이 있었다면 삼갔겠지만, 마침 식당엔 나와 주인 노마님만 있었으니 이 또한 작은 행운이고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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