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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문화재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 국립현대미술관 특별기획전 <전위와 융합>

by *Blue Note*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너무나 많은 기대를 하고 찾아가는 전시가 있고, 그렇지 못한 전시가 있다, 살다 보면, ㅋㅋ.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라는 전시회는 후자였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가 뭐를 만났을 때'라는 문구가 싫었나 보다. 영화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가 연상되기도 하고, 무슨 허접한 식품 광고가 생각나기도 했다. 조금 더 트집을 잡자면, 미술이 문학과 만날 필요가 있나, 하는 그런 생각도 있었다. 전혀 다른 두 예술의 영역을 억지로 어설프게 끌어들여 서로 엮어보려 했나 하는 의심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내키지 않아 하며 전시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제 그런 생각이 다 잘못이었음을 밝힐 수밖에 없다. 이 전시를 놓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내용, 기획, 전시 기법까지 모두 훌륭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늘은 우선 제1 전시실에서 펼쳐진 <전위와 융합>에서 선보인 작품들을 몇 점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전시실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로부터 시작한다.

모던 금강 만이천봉 / 황정수, 1933.7 / 별건곤 제 8권, / 개벽사 / 카페, 호텔, 술집, 예배당 등이 밀집해 있는 풍경이다. 웃음을 파는 집이라는 뜻의 매소루, 포스터 왼쪽 중간쯤에는 <자살장>이라는 안내문과 뛰어내리는 사람의 모습도 보인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분위기를 보는 듯하다. 

 

친구의 초상 / 구본웅, 1935 / 구본웅 그림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그림이다. 그림의 주인공은 소설가 이상이다.

 

여인 / 구본웅, 1930 / 야수파의 체취가 역력하다. 강렬하고 분방하다.

 

푸른 머리의 여인 / 구본웅, 1940년대 / 리움 미술관 소장 / 조선의 로트렉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나, 내 생각에 구본웅은 누구와 비교되거나 아류가 아닌 그냥 구본웅이다. 이 그림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오래 보고 왔다.

 

 

자화상 / 황술조, 1939 / 개인 소장 / 황술조는 구본웅, 김용준 등과 함께 목일회 일원으로 활동했다. 이 작품은 그가 35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기 직전에 그린 것이라고 한다. 

 

정물 / 황술조, 1930년대 / 리움 미술관 소장 / 황술조는 인상파적인 그림을 그렸고 고미술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무제 / 김환기, 연도미상 / 개인 소장 / 연도 미상이지만 김환기의 초기 작품으로 생각된다. 

 

작품 / 유영국, 1940 / 유영국 미술문화재단 소장 /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화의 문을 연 유영국의 작품이다. 

 

작품 / 유영국 1956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소장

 

제 1 전시실은 소설가 이상과 구본웅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상이 운영하던 제비다방을 아지트로 사용하던 당시 경성의 젊은 문인들... 그들이 뿜어내던 담배연기, 구본웅의 강렬한 그림들이 걸려있던 벽면을 타고 흐르던 서양 음악...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서양의 새로운 사조와 경향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1930년대 예술인들은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기 위해 고민했던 것 같다. 그 당시를 대표하는 문인으로는 이상과 김기림, 화가는 구본웅, 황술조, 길진섭이 있고 유영국과 김환기에까지 이른다. 한국 추상화의 시작을 알리는 유영국과 김환기가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시기부터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술의 최첨병으로서의 '전위', 그리고 문학과 미술의 차이보다는 '융합'이 가능했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이 전시실의 이름이 <전위와 융합>인 것은 좋은 작명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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