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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문화재

<경주 가볼만한 곳> 경주 솔거 미술관 : 박대성 화백의 상설 전시관

by *Blue Note*

<경주의 미술관> 솔거 미술관 

 

원래 엑스포, 올림픽등 국제 행사와 관련된 건축물이나 공원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내가 이번 경주 방문에서는 경주 엑스포 공원을 일정에 넣었다. 경주 엑스포 공원은 황룡사 9층 목탁을 모티브로 실물 크기로 제작한 거대한 경주 타워가 있어서 이게 이제는 경주의 새로운 랜드 마크가 되었지만, 나에겐 큰 감흥이 없었다. 솔직히 건축에 대한 안목의 없는 나의 눈에 경주 타워는 생경하고 생뚱맞은 느낌을 줄 뿐이다. 그럼에도 굳이 엑스포 공원을 찾은 이유는 순전히 공원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한 솔거 미술관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이 미술관은 박대성의 상설 전시실이 있는 곳이다. 동양화의 거장 박대성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 빨치산에게 부모와 한 팔을 잃은 사연, 최근 자신의 작품을 훼손한 꼬마 아이에 대한 놀랍고 감동적인 태도 등으로 화제가 되었었지만, 무엇보다 그를 <박대성>으로 각인시킨 것은 그의 작품들이다. 뛰어난 대중성, 압도적인 구도,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성찰의 욕구를 끄집어내는 힘... 그의 작품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설레었다.

경주 타워

 

솔거 미술관

아담하고 기품이 있다.

 

 

전시실 곳곳에 창을 내서

바깥 풍경을 차경으로 가져왔다

 

크지 않은 개별 전시실이 몇 개 있다.

경북 우수작가전이 열리고 있었다.

아, 그런데 박대성의 작품이 있는 

전시실은 어디 있는 것이지...?

 

전시실 사이를

연결해주는 회랑

 

박대성 상설 전시실

몽유 신라도원도, 2021년

 

박대성, 법의, 2010년

사실 어마어마하게 큰 대작이다. 

확실히 사진으로 담아내기 

어려운 감동이 분명 있다. 

 

청오동

박대성, 2020년

 

엑스포 공원의 경주 타워

 

솔거 미술관은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미술관이다. 굳이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했다는 사실을 들먹이지 않아도 말이다. 전시실 벽에 커다랗게 박아 넣은 유리창은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장소다. 인터넷에 '솔거박물관'을 이미지 검색하면 거의 백프로 이 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뿐이다. 미술관에 걸린 작품보다 여기가 인기가 좋은 것이다. 그것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작가의 고뇌에 찬 작품이든, 창 밖으로 느껴지는 계절이 변화든,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 끌리는 대로 감상하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쨌든 그건 오롯이 관람객의 선택이고 몫이다. 다만 이것과는 또 다른 문제로, 솔거 미술관의 아쉬웠던 점을 적어본다. 박대성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미술관임을 감안하면, 작품의 숫자가 적다. 적어도 그냥 적은 것이 아니라 말도 안 되게 적다. 내 기억으로는 네댓 개도 안 되는 것 같다. 이 정도의 숫자로 과연 박대성 전시실이라는 이름을 걸 수 있을까. 허탈하고 황당해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물론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일당백의 몰입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작들이었지만 부풀었던 기대를 충족하기엔 소위 '양이 적어서 배가 많이 고팠다'. 그나마 벽에 걸린 작품들이 신작들뿐인 것도 아쉽다. 대표성을 띄는 작품을 시대별로 하나씩이라도 소개했으면, 작품수의 빈약함에서 오는 헛헛함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었을 것이다. 미술관에 와서 창밖 풍경 사진 찍는 관람객, 꼴랑 그림 몇 점 걸고 상설 전시관이라고 하는 미술관... 뭔가 자꾸 가난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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