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노포> 부산식당 : 생태탕 / 대구탕 전문점
몇 번 갔다가 허탕치고, 일요일은 휴무라 못 가고...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갔다 왔다. 인사동 (행정구역 상으로는 종로구 관훈동이 맞다)에 있는 부산 식당... 강북에 좀 오래된 음식점들이 다 그렇듯, 허름하고 무심한 듯한 외관이지만 맛으로 치면 요즘 SNS에서 좀 입소문 났다는 소위 핫 플레이스 (아, 근데 나는 이 말이 참 거슬린다. '뜨거운 장소', ㅋㅋ)들과는 아예 상종할 상대가 안 되는 곳이다. 이야기가 다른 데로 좀 새지만, 두 시간을 줄 서서 구석에 겨우 자리 하나 얻어 감지덕지 먹어야 하는 그런 곳, 음식 맛보다 그저 사진 찍어서 인스타에 인증사진 올리는, 그런 식문화는 좀 없어지면 좋겠다. 이런 경망스러움에는 손님의 책임도 결코 적지 않다고 본다. 각설하고, 부산식당은 인사동 문화의 거리에서 골목으로 좀 들어온 곳에 있다. 생대구탕과 생태탕 전문이다. 외관, 내부 모두 시간이 한 이십년 정도는 뒤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부산식당
생대구탕, 생태탕이 전문이다.
반찬이 참 정갈하다.
살짝 고민하다가
생태탕으로 주문했다.
대구탕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ㅋㅋ
쎈 불에 팔팔 끓이기
모습을 드러낸 생태탕
좋은 쌀로 갓 지어낸 밥은
탕의 맛을 배가시킨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막걸리도 한잔 했다.
요즘은 막걸리병 디자인도 참 멋지다.
맛도 상당히 좋다.
알과 이리 추가로 주문
무척 신선하여
지금까지 먹었던 것들 중 최고다
생선을 재료로 끓여낸 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일종의 소울푸드라고 생각한다. 사실 종류도 많다. 생태나 동태로 끓인 탕, 대구탕, 복탕, 민어탕, 물곰탕.. 속을 편안하게 하고 풀어주는 국물의 맛과 부드러운 생선살의 식감이 포인트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참 쉽지가 않다. 많은 생선탕을 먹어봤지만, 기억에 깊이 각인된 것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어릴적 먹었던 복매운탕 (그 집은 없어진지 이미 오래다, ㅠㅠ), 속초의 물곰탕은 나에겐 단순히 음식이 아닌 위로다, ㅎㅎ. 그런 점에서 부산식당의 생태탕도 음식 이상의 무엇이다. 맑고 개운하면서도 깊은 여운이 있는 국물, 생물의 진가를 느끼게 해주는 부드러운 탄력의 생선살은 사실 '먹는 일의 성스러움'을 일깨우는 일종의 장치이고 수단이다.
인사동 부산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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