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맛집> 요석궁 : 아름다운 한옥의 한정식집
가장 한국적인 밥상, 한정식에 대해 나는 몇 가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먹고 나서 너무 배가 부른데 그게 정도를 좀 지나쳐서 괴롭다는 것. 그리고 엄청 많이 먹었는데 뭔가 한 가지 임팩트 있는 무엇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래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음식의 향연을 즐기기보다는 한 가지 메뉴를 정말 맛있게 하는 식당을 주로 찾는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경주 여행에서 한 끼 정도는 한정식을 먹는 '일정'을 끼워 넣었다. 내가 굳이 '일정'이라고 표현한 것은 오늘 소개하는 요석궁이라는 곳이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경주 최부자 가문, 그리고 신라 요석공주와 원효의 로맨스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다 알다시피 설총은 요석공주가 낳은 원효의 아들이다). 전해지기로는 이 터에 신라의 요석공주가 살던 요석궁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세인의 관심을 끈다. 말하자면 스토리텔링을 잘 구성해서 효과적인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셈이다. 고고학적으로 이 곳이 정말 요석공주의 거처였는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요석공주가 요석궁에서 살았다는 기록은 있으니 <한정식집 요석궁>이라는 상호는 애교로 봐 줄 수 있는 것이다. 밥 한끼를 겸한 가벼운 역사 공부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요석궁
교촌 마을내에 있다.
예약시간에 맞춰 들어갔다.
소나무가 있는 정원,
콩떡담, 별채인듯한 건물
입구로부터 좀 더 들어간
깊숙한 사랑채로 안내받았다.
식사했던 방
공기청정기, 약장, 붓걸이...
약장 위에는 최부자집 가양주라는
대몽제 사진이 있었다.
아쉽게도 이 날은 품절되어 맛을 못봤다.
세팅
놋그릇 식기와 자수 테이블보
삼색전
왼쪽은 호박
오른쪽은 모르겠고
가운데는 방아가 들어간 전
북어 보푸리와 육포
우선 정성이 돋보이고
깊고 고급스러운 맛의 여운이 길다
탕평채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때깔 참 곱다.
대몽제대신 시킨 호랑이 막걸리
이름이 요석궁과 잘 안 어울리지만
맛은 괜찮았다.
한방 삼겹구이
깻잎 장아찌와 무말랭이가 조연이다
버섯탕수
소고기 편채
가운데 내용물은 잘 기억이..., ㅠㅠ
낙지볶음과 소면
소면은 곤약으로 만들었다.
전복 구이
물김치
오른쪽은 산초 장아찌..?
갈비찜
자작한 국물 맛도 일품이다.
멸장, 집장, 육장...
이 집의 자랑이다.
비지찌개
요석궁과 아름다운 정원
우선 음식에 대한 얘기부터... 대체로 고급스럽고 맛있었다. 그중 일부는 깜짝 놀랄 만큼 맛있고 새로웠다. 물김치, 북어 보푸리, 육포, 각종 장류 등이 특히 그랬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물김치, ㅋㅋ. 진심으로 김칫독을 훔쳐오고 싶을 지경이었다. 음식 맛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요석궁의 아름다운 건물과 정원이다. 그저 기분만 내려고 법도도 따르지 않고 날림으로 지은 한옥 음식점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건물이든 인테리어든 안목이 없는 자가 돈만 많이 들여 천박하게 지어 놓은 곳들은 이미 너무나 많이 봐왔다 (화성에 있는 oo궁 베이커리가 대표적이다). 요석궁의 스토리텔링을 가져와서 한정식집을 낸 것은 그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한옥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것에 대해서는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요석궁을 차입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우리 한옥, 정갈한 음식이면 경쟁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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