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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부라보, 사랑하는 막내야...!

by *Blue Note*
막내는  저의 부록인 두 아들놈중에 둘째입니다.
저는 녀석을 '둘째'라고 부르는 거 보다 '막내'라고 부르는 것이 훨 좋습니다.

이 놈이 지금 사춘기 혹은 반항기인지라 식구들 여럿이 피곤합니다. 특히 엄마랑의 사이는 롤러코스트를 타듯 좋았다 최악이었다를 반복 하는데, 대체적으로 상태 안좋습니다, ㅋㅋ.

최근 막내와의 문자 내용

     막내 : 안녕히 계세요
     나 : 어디 가?
     막내 : 맘이 나가래요.
     나 : 돈도 없는데 나가면 오래 못 버티고 들어올텐데, 그렇게 들어오면 쪽 팔리잖아
          
잘 생각하고 이따가 퇴근하면 아빠랑 얘기하자.
     (20분쯤 후…)
     막내 : 엄마랑 어디 가는 것 같은데. 막 트렁크 싸가지고 차 탔어요.

집안에서 막내랑 지지고 볶던 엄마가 열받아서 둘이 여행가면 좀 관계가 나아질까 무작정 막내를 차에 태워 여행을 떠난 것입니다. 결국 이 다소 엉뚱하고 황당한 시도는 실패하고 저녁 늦게 두 모자가 지친 모습으로 귀가하였습니다. 실패 이유…? 둘째가 다음날 여자친구 포함해서 몇명이서 영화보러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걸어서라도 집에 가겠다고 엄마에게 온갖 협박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 (요즘 이oo이라는 예쁜 여자 친구때문에 심하게 외모에 신경씁니다. 절 닮아서 곱슬머리인데 이게 맘에 안든다고 스트레이트 파머했다가 것도 엄마가 돈 든다고 더이상 안해주니까 고데기를 사서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정성스럽게 직접 머리를 폅니다)

막내는 지금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대도초등학교의 축구부원입니다. 얼마전부터 강남구청장 축구대회에 나간다고 오만 폼을 다 잡고, 애비 닮아서 아침잠 많은 놈이 매일 새벽에 연습한다고 유니폼에 축구화, 정강이 보호대까정 착용하고 달려나가는 거 보면 역시 사람은 지 하고 싶은 짓 하고 살아야 한다는 단순 명료한 진리를 몸소 보여주는 것 같아 보고있는 애비도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 놈의 축구 실력에 대해서는 집안 식구들이 모두 심드렁하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학교를 대표하는 원톱 공격수이니까 그럭저럭은 하는 모양입니다. 강남구에 있는 초등학교끼리 토너멘트로 시합을 하는데 지 말로는 여기서 우승하면 뭐 해외 축구대회에도 출전한다고 아주 결의에 가득차서 그렇게 한달을 집중해서 축구만 하더라구요. 공부…? 그런 거는 이 놈이 어디다 팔아 먹은지 아주 오래되어 저도 기억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자기를 정말로 신임하신다는 둥, 작전은 자기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둥, 모든 프리킥이나 코너킥은 거의 자기가 전담한다는 둥, 요즘 개그프로에 나오는 표현을 빌면 아주 가~~관'입니다.

그래도 신기하게 막내가 속한 축구부가 무려(?) 4개 팀을 차례로 무찌르고 준결승에 올랐을 때는, 지 말로는 그 예선전들마다 눈부신 활약으로 결승골과 역전골등을 넣었다는 무용담을 들었을 때는, 저도 사알~짝 놀랐었지요. 하여 준결승전은 저도 응원을 갔습니다. 엄마 응원단 틈에 뻘줌하게 끼어서 그래도 경기장면을 사진찍고 탄식과 환호를 보냈습니다. 다행히 승리해서 결승진출이 확정되었을 때 아빠를 찾던 막내의 얼굴은 눈부셨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 이날도 청일점으로 부모 응원단에 합류... 작년도 우승팀하고 중동고등학교 잔디 구장에서 뽀다구 나게 한판 붙었는데, 경기 내내 힘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1 : 0 으로 지고 말았습니다. 대도 초등학교의 소위 원톱 스트라이커는 상대팀 수비수들의 마크에 철저히 막혀 경기 내내 존재감 없이 왔다갔다 하다가 경기 막판에는 심한 태클까정 당해 부상으로 몇분간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준우승

잘 했지만 아이들이 꿈꾼 건 우승이었고, 우승에 따른 보상으로 주어지는 해외 축구대회 출전권이었으므로실망이 컸었나 봅니다. 한두 놈이 울먹이자 몇 놈이 따라서 억울하다면서 눈물을 뿌립니다. 사실 억울할 건 없는 실력차가 분명한 게임이었는데.. 대략 난감한 상황모르는 척 슬쩍 막내놈을 봤더니, 지도 억울해서 입술을 꽉 깨물고 씰룩씰룩허허, 하지만 끝내 울지는 않더라구요.

우승과 해외출전권은 놓쳤지만, 저는 우리 막내가 어쩌면 더 소중한 것을 얻었기를 바래봅니다. 우승은 여러팀 중에서 오직 한 팀만 할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우승을 못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고, 막내는 여전히 대도 초등학교의 축구선수라는 것, 시합 이전과는 분명 다른 어떤 화학적 변화를 함께 뛴 친구들과 이제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얻을 수도 있었던,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결국은 얻지 못한 어떤 것들이 다시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우리 막내가 가슴속에 간직하기를 말이죠.

도전과 열정, 절반의 좌절을 통해 녀석은 분명 성장했습니다.

아빠가 말해주지 않아도..
,
스스로 깨우치고 멋진 남자로 자라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부라보,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 막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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