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볼만한 곳> 경복궁 근정전의 박석
원래 계획은 이랬다. 우선 국립고궁 박물관에 가서 세조의 어진 특별전을 본다. 그후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국보 제 101호인 고려시대 승탑을 보고 간단히 혼자 점심을 해결한 후 친구들과의 저녁 모임에 간다... 이 날 오전부터 추적추적 늦은 가을비가 왔지만 그게 뭐 대수랴. 어차피 박물관 특별전이야 실내에서 하는 것이고, 관람후에는 바로 지척에 있는 현묘탑 하나만 꼴랑 감상하고 나면 끝인 것을.. 그래서 먼저 국립고궁 박물관, ㅋㅋ. 조카의 자리를 빼앗아 임금이 된 수양대군의 얼굴을 수백년이 흐른 지금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설레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나는 세조 어진 특별전을 아주 잘 즐겼다는 얘기다 (세조 어진은 얼마전에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감상을 남겼다). 이제는 다음 미션인 지광국사 현묘탑을 실견하기 위해 부푼 마음으로 박물관 모퉁이를 돌았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이란 말인가. 응당 있어야할 묘탑이 보이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결국 출입구를 지키는 나이 지긋한 직원분에게 물어봤다. 여기저기 상하고 파손이 심해서 보수 공사를 위해 문화재 연구소로 옮겼다는 말씀...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없었다. 살짝 꼬인 일정을 어찌하나 하는 고민도 잠시... 비가 계속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갑자기 머리속을 강타하는 썩 쓸만한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원래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은 건물 자체도 아름답지만 근정문에서 근정전 월대까지 이르는 길 양쪽에 깔아놓은 박석(薄石)이 천하일품이다 (그렇게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유홍준의 어떤 저서 (아마도 책제목이 국보순례이거나, 명작순례 혹은 안목)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비 오는 날 박석이 깔린 경복궁 근정전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답다고 한 내용이 생각이 난 것이다. 생각해보니 비오는 날 경복궁을 갔던 경험은 없었다. 더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어졌다. 국립 고궁박물관과도 거의 붙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단걸음에 경복궁에 들어섰다, ㅋㅋ.
국립고궁 박물관에서 바라본 경복궁
벤치옆에 있던
법천사지 지광국사 현묘탑을 보러갔으나,
보수를 위해 옮겨져서 만나지 못했다.
참 많이 아쉬웠다.
경복궁 경내로 들어왔다.
광화문을 지나 흥례문앞에 서서
인왕을 잠시 바라보았다.
인왕산
경복궁을 마주하면서 왼쪽으로 살짝
눈을 돌리면 인왕이다.
겸재는 인왕제색도를 그릴때
이 방향에서 그렸을 것이다.
비교를 위해 아래에 겸재의 그림을 올려본다.
인왕제색도 (仁王霽色圖)
정선, 175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