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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충청도

<충남 예산 가볼만한 곳> 수덕사 수덕여관 : 이응노 사적지

by *Blue Note*

충남 수덕사 : 수덕 여관과 고암 이응노

 

충청남도 예산 덕숭산 자락에 있는 수덕사는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백제의 위덕왕 때 처음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절집이 특히 일반에 기억되는 이유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의 하나인 국보 제 49호 수덕사 대웅전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수덕사를 소개하기 전에 수덕사와 인접해 있는 수덕 여관에 대해 먼저 포스팅하고자 한다. 수덕사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왼편으로 단정한 초가집 하나가 눈길을 끄는데, 이 곳이 수덕여관이다. 수덕여관은 동양화가인 고암 이응노의 사적지이다. 우리나라 마지막 화원이기도 했던 김규진에게 그림을 배운 이응노는 국내에서보다는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진 화가다.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유럽 화단에 이름을 알린 그는 동베를린 간첩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특히 <군상> 시리즈에는  민중미술의 상징인 팔십 년대 걸게 그림이나 목판화에 깃들어 있는 어떤 정서, 혹은 특유의 DNA (나는 이런 작품들에서 전체주의적 어두움의 냄새가 난다고 생각한다)가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동의하는 사람들도 꽤 있으리라고 내 맘대로 생각해본다. 아무튼 고암과 관련된 사적지를 수덕사에서 맞닥뜨리게 되어 의외였다. 사실, 이응노와 수덕사, 수덕여관의 사연은 전혀 알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수덕여관은 이응로가 1944년에 구입하여 6·25전쟁 때 피난처로 사용한 곳이고 1950년대 말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기거했던 곳이라고 한다.

수덕여관 / 초가집에 붙은 현판이 어석하지 않다

여관건물 오른쪽 편에 바위에 새긴 암각화 / 동베를린 사건으로 이응노가 귀국했을 때 새긴 조각이라고 한다. 그의 <문자추상>시리즈와 매우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응노가 사용하던 우물. 멀리 장독대가 정겹다.

수덕여관 전경. 일제 강점기에 지었다는 원래의 모습과 얼마나 흡사할지...

별채까지 있는 상당히 큰 규모다. 사진 왼편으로는 개울이 있다.

 

절집 주변에 유서 깊은 여관이 있는 것이 아주 드물지는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강진 해남을 여행했을 때, 대흥사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대흥사 올라가는 입구, 일주문을 지나기 직전에 유선장이라는 한옥이 한 채 수줍게 서 있다. 여관인데 백 년이 넘는 세월을 견디고 있을 뿐 아니라, 아직도 여관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 일정이 넉넉했다면, 유선장에서 하루 묵으면서 여관에서 제공하는 아침밥도 먹어보고 싶었었다. 같은 여관이지만 수덕 여관은 이제 사적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본래의 역할은 접은 채 관람객을 맞는다. 이응노가 이 곳을 구입하기 전, 그러니까 진짜 수덕 여관이었을 때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이 이곳에서 몇 년을 기거했었다는 기록도 있는데, 이래저래 사연이 많은 건물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아무튼 고암 이응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흔적을 느껴볼 수 있는 장소다. 그렇지 않더라도 덕숭산 아래 터를 잡은 아늑한 분위기만으로도 한 번쯤 둘러볼만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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