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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문화재

<서울 가볼만한 곳>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by *Blue Note*

<서울시립미술관>  이불 / 허스토리 리뷰/ 컬렉션-오픈 해킹 채굴


오랜만에 방문한 서울시립 미술관은 상설전시인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전을 제외하고도 3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그야말로 전시의 풍년이었다. 이불의 초기 작품을 위주로 한 <이불시작>, 팔십년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주제로 한 <허스토리 리뷰>, 그리고 설명과 해설을 들어도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끝내 이해하지 못했던 <컬렉션-오픈 해킹 채굴> 전이 그것이다. 이 중 내 눈과 마음을 붙잡아 두었던 작품들의 사진을 올려본다. 전시회별로 전시의도나 주제에 작품을 맞추어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개별의 작품이 가지는 개성과 예술적 성취에 주목하려고 했다. 사실 앞서도 말했지만, 전시를 기획한 이들의 깊은 뜻을 이해하기에는 내 내공이 턱도 없이 모자랐기 때문이고, 거대 주제를 구성하는 수단이 아닌, 이미 스스로 빛나는 개별 작품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겠나 하는 나름의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작가 이불의 1층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작품. 제목은 <히드라>다. 관객들이 펌프를 밟아 공기를 주입해서 높이 10m의 조각을 완성하도록 되어있다.

 

<고질적인 꿈> 외 / 이불

 

무제(갈망 레드) / 이불, 1988 (2011 재제작). 뒷쪽 작품은 <몬스터, 핑크>

 

이불 / 무제(갈망 블랙), 1988년 (2011 재제작)

 

 

소나무 / 김원숙, 1992

 

길 / 박인경, 1985. 그림을 이루는 획들이 모두 글자로 되어있다. 팔십 년대 한국 정치상황을 나타내는 단어들로 그려낸 일종의 역사화인 셈이다.

 

<컬렉션-오픈 해킹 채굴> 전

 

무제 / 나무에 채색. 정찬승, 1987

 

작품 72(A), (B) / 하종현, 1972

 

작품 62-102 / 곽인식, 1962. 화면에 전구를 부착하고 석고를 덧칠하여  거친 마티에르를 조성한 후 다시 노란 칠을 하여  부조와 같은 작업을 하였다.

 

산수-강변북로 / 윤세열 도시 산수의 전형이다. 지도상의 방위나 위치와는 다른 가상의 실경이다. 비단에 먹, 2017

 

민중봉기 1830 / 니콜라이 박, 1991년

 

Work, 유영국, 1967 (좌) / 무속, 박생광, 1985 (우)

 

<이불시작>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소프트 조각으로 유명한 작가의 초기작들이 전시, 상영되었는데, 특히 천, 솜, 나무, 스테인리스 스틸, 아크릴릭 등의 소재를 이용해서 대상을 분절하고 뒤틀어 이어 붙이는 변용 방식의 <갈망> 시리즈가 인상에 남는다.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미술 전시인 <허스토리 리뷰>는 명확한 기획의도가 돋보였다. 민중 예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회변혁을 지향한 민중미술의 맥락에서 여성문제를 탐색했다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겠다. 다만 김원숙 같은 작가를 여성문제에 천작한 민중 예술의 좁은 틀에 무리하게 넣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컬렉션_오픈 해킹 채굴>은 제목은 물론이거니와 전시에 대한 설명을 들어도 이해보다는 혼란만 더 커지는 전시였다. 적어도 현대미술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말이다. 가령 나는 다음과 같은 전시회 소개말이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술관을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이 소장작품 컬렉션에 접근하는 방식을 실험적으로 모델링하여 기존의 컬렉션 해석과 감상, 관리 체계 전반에 걸쳐 차별적 의미를 발생시키고자 마련되었다. 후략>. 뭔 말인지...ㅋㅋ.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전시의 목적이나 의도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기획전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유영국과 박생광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그거면 충분하고도 차고 넘친다. 더 바랄 것도 없고 알려줘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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