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양재 맛집> 해우름 : 숙성회 전문점
예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생선회를 좋아했었다. 그런데 좀 생각해보면 회를 즐겼다기보다는 생선회 먹는 분위기를 좋아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아주 특별한 날, 어쩌다 한 번 먹는 생선회는 짜장면, 불고기보다 더 설레는 메뉴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내 어린 시절만 해도 생선회는 바닷가에 놀러 가야 겨우 맛볼 수 있는 그야말로 특별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선회에는 음식을 넘어선 이런저런 즐겁고 행복한 이미지가 녹아들어 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싱싱한 회를 즐길 수 있게 되자, 로망이 깨지면서 시들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제는 아무 풍미 없이 질겅질겅 씹히는 활어회에는 더 이상 감동을 느끼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숙성시킨 선어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있다고 하여 내비게이션 작동시키고 찾아가 봤다.
해우름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에 있다.
입구도 너무 평범하고 규모도 작다.
과연 기대하는 만큼의
맛있는 선어회를 맛볼 수 있을 것인가...
밑반찬은 이게 다다.
그나마 번데기가 나오는 것이 특이하고
또 좀 쌩뚱맞다.
아무런 장식없이 숙성된 도미만을 돌판에 얹었다.
이런 비주얼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불필요한 장식을 다 걷어내고 본질을 전면에 드러낸,
멋진 퍼포먼스 같은 느낌조차 있다.
선어회에서 느껴지는 감칠맛이
입안 가득히 퍼진다.
꼬득하면서 찰진 식감 또한 일품이다.
우럭 매운탕.
싱싱한 활어를 사용한다.
담백하고 깔끔해서 먹을수록 맛을 즐길 수 있다.
이 집 김치가 참 맛있다.
매운탕도 맛있지만
하얀 백반에 김치 하나 얹어 먹는 맛이 기막히다.
도미 머리 구이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도미머리 구이중
최고라고 하면 좀 오버일까...?
One of the best 임에는 틀림없다.
우선 이런 숙성회집이 있어서 반갑고 고맙다. 예전에도 다른 포스팅에서 몇차례 이야기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활어회밖에 모른다. 활어회가 더 싱싱하고 더 쫄깃하고, 그래서 더 맛있다고 오해한다. 선어회, 즉 숙성회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숙성회를 경험해볼 기회가 적어서인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여수 같은 일부 남쪽 지방을 제외하고는 선어회를 맛보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이 활어회를 선호하다 보니 수조에 살아있는 물고기를 넣어두고 주문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내오는,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식 횟집 풍경이 일반화된 것이다. 모든 회가 숙성회인, 활어회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일본과 비교해보면, 생선을 날 것으로 먹는 두 나라 간에도 이렇게 차이가 있나 싶다. 각설하고, 해우름의 숙성회는 아주 맛있다. 숙성된 생선살에서 나오는 아미노산의 감칠맛이 최적화되어 있고, 식감도 나무랄 데가 없다. 사이드로 시켜 본 도미머리 구이 역시 부드러우면서도 육즙이 풍부하게 배어 나와 자꾸만 술을 부른다. 기름기 없이 담백한 매운탕도 좋다. 이래저래 이 집은 단골로 삼아 밥도 먹고 술도 먹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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