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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양식

<화성 혜경궁 베이커리> 초대형 카페 유감

by *Blue Note*

<화성 카페> 혜경궁 베이커리 : 빵, 음료, 버거, 파스타

 

맘에 들지 않아도 나를 제외한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좋아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생각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니다. <헤경궁 베이커리>는 소위 요즘 뜬다는 빵집이다. 사실 여기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름을 보면 빵집이고, 테이블도 있고 음료를 파니까 카페이기도 하다. 거기에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도 이 집에서 먹을 수 있다. 그럼 파스타 집인가? 아니 그보다 여기는 무슨 문화공간 같은 느낌을 내려고 노력한 흔적도 농후하다. 상호에 혜경궁을 쓴 것은 화성에 융건릉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능이 있는 융건릉...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와 함께 융릉에 합장되어 있다. 그걸 제외하면 이 베이커리 어느 곳에서도 혜경궁을 연상시키는 단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큰길에서 마을로 빠지는 좁을 길을 따라 들어오면 엄청난 크기의 주차장이 나온다. 뒷쪽에 자리 잡고 버티고 선 것이 <헤경궁 베이커리>다. 

 

'한옥식'으로 지은 베이커리 건물 (한옥이라고 하긴 좀 그래서 한옥식이라고 했다) 앞에는 커다란 안내도까지 있다. 정자, 분수광장, 무슨 무슨 포토존까지 있다고 한다. 이런 걸 사람들이 좋아하나 보다. 

 

 

1층에 있는 베이커리 / 빵을 포함한 모든 식음료, 브런치까지 여기서 계산을 한다. 빵 맛은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훌륭한 것도 아니다. 가격은 비슷한 수준의 다른 베이커리와 비교했을 때 많이 비싸다. 

 

파스타도 시켜봤다. 먹기까지 한참 기다려야 했다.  

 

이층의 문을 통해 건물 뒷쪽의 야외 테이블로 갈 수 있다. 더운 날씨임에도 야외 자리가 인기가 많았다. 업소에서 고용한 라이브 가수가 열심히 노래를 불러주었고, 손님들 호응도 나쁘지 않았다. 이것도 문화생활이라면 문화생활인데 나만 불편한 것 같았다. 스피커를 통해 퍼져 나오는 노래는 마을 주민들에게도 노래면 좋겠지만, 소음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기 자본으로 땅을 사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건물을 올려서 영업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그것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무시하고 조용한 동네의 평화를 하루아침에 깨버리는, 경박한 상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건물이라 해도), 역시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인 시장의 원리에 따라 의식 있는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혜경궁 베이커리>는 우선 규모로 사람을 압도한다. 그런데 그렇게 큰 규모가 장관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위압감을 주는 쪽에 가깝다. 커다란 한옥은 전통 한옥이 아닌 얼치기다. 한껏 멋을 부렸지만, 촌스런 거인이다. 그 황당한 건물에서 사람들은 빵을 사서 계산하고 이층과 삼층에 올라가서 먹는다. 나도 키오스크로 주문한 파스타 주문서를 들고 삼층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기업형 빵집이니 운영 시스템이 잘 되어 있을 것 같은데, 반대다. 주문만 키오스크로 하면 뭐하나. 테이블에 앉아서 이십 분 이상을 기다려도 직원들은 죄 없는 주문서만 들여다보고 확인하고, 갔다가 다시 와서 주문서 확인하고, 우왕좌왕... 그러기를 다섯 차례 정도 한 것 같다. 맛있는 빵을 정성스럽게 구워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손님들이 조용히 즐기다 갈 수 있는 곳이 화성에 있었으면 좋겠다. 뭐 있을 것이다. <혜경궁 베이커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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