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폰토쵸> 폰토초 거리의 사시미 집 : 어신 (Sashiminogyoshin)
맛있는 현지 음식을 경험해보는 즐거움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여행의 목적 중 하나다. 뭐 거창하게 그 나라의 문화를 음식을 통해 이해하고 느낀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은 그 자체로 이미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을 방문할 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을 한번 찾아봤다. 스시, 면요리 (우동, 소바, 라멘등), 와규, 꼬치, 나베, 덮밥류, 그리고 코스요리인 카이세키... 이런 음식들은 여행객들에 의해 포스팅도 많이 되고 그중 단골로 언급되는 맛집들도 꽤 된다. 하지만 의외로 사시미 전문점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빈약하다. 스시집에 대한 엄청난 정보에 비하면 특히 그러하다. 이번에 교토 여행을 계획하면서 한두 번쯤은 현지의 사시미를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 미리 점찍어 둔 곳이 <어신>이라는 곳이었다. 대형 사시미 집은 가격대도 넘 부담이었지만, 천년 고도 교토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업적 분위기가 없는 아담한 공간에서 주인장 혼자 내주는 정성스런 음식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곳이 이 곳이었다.
좁은 출입구 앞에
어신이라고 쓴 등이 단촐하다.
벽에는 <일본어를 못하면 주문받기 어렵다>는
의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시샤모 구이
우메보시
아주 맛있다.
당연히 값을 받는다
아마도 전어 사시미
두부 요리
모둠회
적절한 숙성이 절묘했다.
확실히 이 집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곳은 아니다. 처음 문 앞에서 '일본어 안되면 주문이 어렵다'는 안내문을 보고는 적잖이 당황했다. 일본말을 일도 모르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밀고 들어갔다, ㅋㅋ. 좁은 실내에는 혼자 온 중년의 남자 손님 하나, 그리고 오십 대쯤 되어 보이는 주인장뿐이었다. 일본인답지 않은 무뚝뚝함에 어색함이 흘렀다. 메뉴판은 모두 일본어라 뭘 주문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 흔한 메뉴 사진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구글 번역기를 켜고 메뉴판 내용을 스캔하는 눈물겨운 노력 끝에 하나씩 띄엄띄엄 주문을 마쳤다. 그런데 그게 기억에 오래 남는 재밌었던 경험이 되어버렸다, ㅋㅋ. 과도한 친절이라곤 애초부터 없었던 주인장의 조용함이 마음에 편안함을 주었다. 사시미, 구이등 이 날 맛본 음식들도 괜찮았다. 다만 양은 적고 가격은 생각보다 사악했다. 하지만 전혀 불만은 없다. 타지에서 편안하게, 현지인들에게 최적화된 음식을 만난 기쁨이 더 컸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쭉 계속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러려면 과도하게 포스팅된 소위 <현지 맛집>을 피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기만의 음식점을 찜해서 과감하게 방문해야 할 것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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